[신화망 베이징 8월30일] "여기 보세요, 이 다양한 형태의 문기둥(門墩·문돈)은 과거에 서로 다른 의미를 나타냈습니다. 원형은 전쟁 시 사용된 북인 전고(戰鼓)의 상징으로 무관의 집을 뜻했고, 사각형은 책장의 상징으로 문관의 집을 뜻했습니다."
올여름 한국 브이로거 김준범 씨는 전동 인력거에 앉아 기사의 설명을 들으며 후퉁(胡同·골목) 곳곳을 신기한 듯 살펴보다가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그는 후퉁에서 마주친 주민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베이징에 온 지 10여 년이 된 김씨는 진정한 베이징의 정취를 느끼려면 베이징의 구시가지와 중축선(中軸線)에 가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난 7월 유네스코(UNESCO) '제46차 세계유산위원회(WHC)는 '베이징 중축선, 중국의 이상적 도성(都城∙수도) 질서의 걸작'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로 결의했다.
베이징 구시가지 중심에 위치한 '베이징 중축선'은 13세기에 건설을 시작돼 16세기에 형성됐으며, 구시가지 남북을 관통하는 15개의 유산으로 구성돼 있다. 면적 4천㏊가 넘는 완충구역에는 많은 역사적 ▷수계(水系) ▷도로 ▷거리 구역 ▷회랑 등이 자리해 있으며, 그 사이에는 중요 구성 요소인 후퉁이 분포해 있다.
최근 수년간 김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게시된 영상을 돌아보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일상이 베이징 중축선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첸먼다제(前門大街)에서 경극을 관람하고, 톈안먼(天安門)광장에서 마라톤에 참가하며, 디안먼와이다제(地安門外大街)에서 베이징의 별미를 맛보는 등 베이징 중축선은 그의 일상에 늘 스며들어 있었다.
지난해 김씨는 베이징 마라톤과 베이징 하프 마라톤의 완주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마라톤을 하면서 번화한 베이징 시내의 오래된 건축물이 잘 보존돼 있으며 이를 위한 보수 작업도 제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워했다.
베이징 마라톤 완주 메달 디자인에는 톈안먼, 톈탄(天壇) 등 베이징 중축선의 랜드마크가 새겨져 있다. 결승선에 도착한 그는 동영상으로 네티즌에게 완주 메달을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그에게 톈안먼과 톈탄은 이미 너무도 익숙한 '오랜 친구' 같은 존재다.
"개국대전(開國大典) 영상을 봤는데 톈안먼은 역사를 증명하는 곳이자 가장 '중국적인' 곳입니다. 제가 가족, 친구들을 데리고 가장 자주 가는 명소이기도 하죠." 김씨의 설명이다.
베이징 구시가지를 누비며 영상을 촬영하던 그는 남북을 관통하고 고금을 넘나드는 베이징 중축선이 역사·문화유산을 간직하면서도 점점 더 도시 분위기를 나타나고 있음을 발견했다.
김씨는 시간이 나면 친구들과 스차하이(什剎海) 부근에 있는 유명 카페를 찾는다. 고풍스러운 정취가 물씬 풍기는 카페 건물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창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한다. 가끔은 카페 테라스에 올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든 채 후퉁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도 한다.
그는 "베이징 중축선은 계절마다 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봄에는 스차하이 근처 수양버들이 바람에 흔들리는데, 이곳을 산책할 때 산들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마음이 아주 편안해지고 겨울철에는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지만 얼음 위에서 신나게 썰매를 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더우즈(豆汁∙녹두를 발효시켜 만든 베이징 전통 음식) 자오취안(焦圈∙바삭한 링 모양의 튀김), 아몬드차 등 베이징 중축선의 전통 별미도 더욱 트렌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젠 더우즈는 물론 더우즈 아이스크림까지 맛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중국이 점차 개방되면서 국가경기장 냐오차오(鳥巢), 국가수영센터 수이리팡(水立方), 다싱(大興)국제공항을 찾는 해외 관광객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면서 "베이징 중축선은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중화 문화를 보여주는 예시"라고 밝혔다.
원문 출처:신화통신 한국어 뉴스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