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12일 간쑤(甘肅)성 딩시(定西)시의 한 마을에서 열린 그림자 인형극. (사진/신화통신)
[신화망 란저우 6월18일] 류아이방(劉愛幫·71)이 힘차게 노래를 부르자 학생들이 조명이 비춰진 반투명 천 스크린 무대에서 막대인형으로 그림자 인형극을 펼쳤다. 무대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징·북 등 악기로 연주했다.
이는 간쑤(甘肅)성 룽둥(隴東)학원에서 진행된 다오칭(道情) 그림자 인형극 수업 중 일부다. 류아이방을 제외한 출연자 30여 명은 20세 전후인 대학생들이다.
한(漢)나라(BC 202년~AD 220년) 시대에 시작된 간쑤의 다오칭 그림자 인형극은 2006년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행사장 '단골손님'이었던 그림자 인형극
류아이방은 다오칭 그림자 인형극의 연고지인 환(環)현 출신이다. 14살 무렵 아버지로부터 그림자 인형극을 배운 그는 57년 동안 그림자 인형극을 해왔다. 이뿐 아니라 지난 수십 년간 민요, 악기 연주 등 다양한 기술도 습득했다.
그림자 인형극은 과거 농촌에서 연령대를 불문하고 많은 관객으로부터 사랑받아 주요 행사장의 '단골손님'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영화와 TV 시리즈가 보편화되면서 그림자 인형극에 대한 인기는 시들해졌다. 이에 많은 인형극 연출자도 다른 직업을 찾아나섰다.
그림자 인형극을 보존하느냐, 돈을 버는 삶을 택하느냐의 기로에 놓였던 류아이방은 인형극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자신의 기술을 꾸준히 연마해 인형극 극단의 작업을 홀로 떠맡았다.
◇옛 영광을 되찾다
그림자 인형극이 다시 옛 영광을 되찾게 된 계기는 2020년 룽둥학원 원장인 자오즈쉐(趙志學)와의 연락에서 시작됐다.
자오 원장은 류아이방에게 전화해 다오칭 그림자 인형극 수업을 개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의 계승을 촉진하기 위해 교과서 편집, 인재 교육 등에도 투자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무형 문화 유산에 대한 학생들의 장기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켜 그들 중 일부가 미래에 전통 예술의 종사자가 될 수 있게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류아이방은 병행하던 농사일을 그만두고 룽둥학원의 시간제 교사가 됐다. 그는 일주일에 두 번, 각 두 시간씩 수업을 했다.
류아이방의 애제자 중 한 명인 장량(張亮·20)은 2년간의 맹연습 끝에 그림자 인형극의 주요 인형술사가 됐다. 그는 학우들과 공연한 그림자 인형극을 통해 지난해 지방 문학 예술상을 수상했다.
장량은 그림자 인형극을 배움으로써 중국 전통 문화와 민속 예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음악 교사가 돼 그림자 인형극을 학생들에게 전수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보존을 넘어 번성으로
현재 룽둥학원은 학생들에게 그림자 인형극과 관련된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있다. 미술학원에 다니고 있는 추치(邱琪·21)는 '그림자 인형 조각과 채색'이라는 과목을 수강했다.
13년 전 처음 그림자 인형극을 접한 그는 인형극에 사용됐던 가죽 인형을 보고 귀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훗날 직접 그림자 인형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추치는 "그림자 인형의 색감과 배치가 마음에 든다"며 "인형술사들의 조각작품이 영감을 많이 준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그림자 인형극을 비롯한 여러 무형문화유산도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톈진(天津)대학은 중국 최초로 무형문화유산 연구에 대한 학제 간 석사 학위를 수여했다. 인재 육성에서 단순히 무형문화유산을 '구조'하는 것을 넘어 과학적인 접근 방식으로 중국 무형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가게 된 것이다.
류아이방은 룽둥학원에서 더 많은 젊은이를 가르치길 바라고 있다. 그는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해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문 출처:신화통신 한국어 뉴스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