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허밍(王鶴鳴) 상하이도서관 연구원이 도서관에서 소장 중인 한국 족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신화망 상하이 9월18일] 중국의 가보(家譜)는 족보 또는 종보(宗譜)라고도 한다. 민간에서 가보를 편찬하는 것은 중·한 양국에서 모두 볼 수 있는 민간 문화풍습이다. 왕허밍(王鶴鳴) 상하이도서관 연구원은 중국의 저명한 가보문화연구 전문가다. 그가 편찬한 전문 저서 '중국 가보학 통론' 한국어판은 한국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이 출판했다. 다채로운 중·한 문화교류에서 가보는 한줄기 '화려한 무지개'처럼 존재감을 나타냈다.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의지와 마음은 모든 인류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이에 뿌리를 찾고 종족을 인식하는 가치를 지닌 가보도 전 세계 각국에서 생겨났으며 이는 각 국가·지역·민족의 발전 정도와 표현 방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일본·베트남·동남아시아 등 국가와 지역에는 모두 한문으로 편찬된 가보가 있다.
상하이도서관이 소장 중인 한국 '남양이씨 족보'. (사진/신화통신)
왕 연구원은 1998년 중국 가보학 통론을 편찬하는 과정에서 서울의 국회도서관과 대학 도서관 등을 방문했다. 그는 "당시 유구한 역사를 가진 방대한 수량의 한문 족보가 각 도서관에 중요한 소장품으로 보관돼 있는 것을 봤다"면서 "한국의 한문 가보는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회상했다.
현재 상하이도서관에도 한문으로 쓰인 한국 족보가 소장돼 있다. 왕 연구원은 한국의 족보를 통틀어 보면 한편으로는 중국의 가보와 매우 유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민족의 뚜렷한 특색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두드러진 민족적 특색이 바로 족보 형식이 '내외(內外)보'라는 데 있다며, 즉 부(父)계와 모(母)계의 가계가 모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상하이도서관이 소장 중인 한국 '남양이씨 족보'. (사진/신화통신)
왕 연구원은 내외보로 구성된 한국의 족보를 보면 당시 여성이 사회에서 일정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특히 여성과 관련된 기록이 비교적 많고 심지어 처가의 가족, 시집간 딸의 시댁 등 가계 역시 모두 별도로 묶여 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 명·청 시대의 가보와는 다르고 중국 위진남북조시대의 가보와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당시 한국의 정치·사회가 족보 문화에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20세기 초 중국의 저명한 사학자 구제강(顧頡剛) 선생께서 중·한 양국의 문화 교류는 유구하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사학 분야에서 가보는 아직 개발을 기다리고 있는 금광과도 같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역사·문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족보 역시 한층 더 개발해야 할 큰 금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왕 연구원의 말이다.
상하이도서관이 소장 중인 한국 '남양이씨 족보'. (사진/신화통신)
중국 가보학 통론은 산둥(山東) 옌타이(煙台)대학 우보(吳缽), 지난(濟南)대학 자오융라이(趙永來), 허베이(河北)대학 궈잉차오(郭穎超) 등 세 사람이 공동으로 번역했다. 이들은 한국 학자들의 자국 족보에 대한 개발·정리·연구가 이미 풍성한 성과를 거두었다며 한국어로 출판된 중국 가보학 통론이 중·한 양국 가보문화의 깊은 연구와 교류를 촉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의 친밀한 역사·문화 관계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원문 출처:신화통신 한국어 뉴스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