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망 창춘 10월7일] 어둠이 내려앉자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시는 점차 떠들썩해지더니 거리와 골목의 네온사인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상주인구 70만 명이 채 안 되는 이곳 국경 도시에는 카페만 1천 개가 넘는다. 거리에는 100m 간격으로 카페가 분포해 있으며 커피 스타일과 맛이 모두 달라 독특한 커피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한 카페 유리창 너머로 핸드드립 그라인더를 돌리고 있는 바리스타의 모습이 보이고 익숙한 커피향이 공기 중으로 퍼져나간다.
바 테이블 한쪽 진열대에는 이 카페 사장인 황춘산(黃春善)이 직접 디자인한 커피 기구가 놓여 있다. 반대편에서는 직원들이 원두를 갈고 커피를 내리는 익숙한 기계음이 경쾌하게 들린다.
10여 년 전 황춘산은 옌지시를 떠나 톈진(天津)과 상하이에 가서 500대 기업의 사무직이 됐다. 2008년 그는 대도시에서 사랑받는 '젊은이의 공간'을 고향으로 가져와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가 고향으로 돌아오자 익숙했던 작은 도시는 그의 기억과는 많이 달랐다. 특히 현지 카페는 대부분 시끄러운 룸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고 주로 인스턴트 커피를 판매했다.
"조용하고 느긋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카페를 오픈한 계기가 됐습니다." 황춘산은 창업 초기의 마음을 떠올리며 말했다.
황춘산은 참고할 만한 시장 데이터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각지 카페를 돌며 고객의 흐름을 파악했다. 그 후 2009년에는 커피 지식을 홍보하기 위해 이론과 실습이 결합된 커리큘럼의 커피 교육 과정을 설립했다. 이는 옌지시 최초의 커피 교육 과정이었다.
그는 2010년 첫 카페를 열었다. 디자인부터 메뉴까지 대도시에서 배운 커피 문화를 그대로 녹였다. 73㎡ 남짓한 매장에 하루 100~150명의 손님이 찾아와 1년도 안 돼 흑자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012년 현지에 카페가 점점 늘어나고 한국 브랜드가 가세하면서 시장 판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커피뿐 아니라 양식, 디저트를 추가하며 경영 방향을 계속 바꿔나갔다.
2019년부터 전국의 소영세 기업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고 황춘산 역시 어려움에 맞닥뜨렸다. 그러나 시장이 살아난 후 옌지시의 커피업계는 지역 문화관광이 활기를 띰에 따라 예상치 못한 호황기를 맞게 됐다. 그러자 카페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황춘산과 같은 옌볜(延邊) 출신 청년들이 해외와 1선 도시에서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돌아와 커피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독특한 맛과 시각적 효과를 가미해 지역 특색의 커피 문화를 발전시켜 나갔다.
최근 2년간 옌지시 카페는 500여 개에서 1천여 개로 늘어났다. 황춘산은 옌지 상무국과 협력해 '커피의 도시' 문화 행사를 기획했으며 소규모 카페가 장터, 문화 행사 방식으로 더 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황춘산과 그의 팀은 지속적인 혁신을 시도했다. 그는 커피와 캠핑, 미식 등의 요소를 결합해 소비자의 체험적 소비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커피+N' 개념을 만들어냈다. 그의 팀은 옌지 특산품인 사과배를 원료로 한 아메리카노를 출시해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기도 했다.
소비 업그레이드 및 문화 체험 수요 증가에 힘입어 이 작은 도시는 커피에서 새로운 도시적 기질을 발견했다. 황춘산은 앞으로 옌지의 커피 문화를 더 많은 도시로 확장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문 출처:신화통신 한국어 뉴스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