門庭若市(문정약시)
◎글자풀이: 문 문(門), 뜨락 정(庭), 같을 약(若), 저자 시(市)
◎뜻풀이: 문앞에 사람이 많아 시장을 방불케한다는 말로서 오가는 손님이 그칠 새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유래:
전국시기 제(齊)나라에는 추기(鄒忌)라고 하는 대부가 있었는데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를 가진 미남이었다.
하루는 추기가 조회에 참석하려고 의관을 정제하던 중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그는 잘생긴 모습에 스스로 매우 흡족한 나머지 옆에 있던 아내에게 물었다.
"부인, 나와 성북(城北)에 사는 서공(徐公) 중 누가 더 잘난 것 같소?" 서공 역시 제나라 미남으로 손꼽히는 사람이었다.
추기의 아내가 대답했다.
"어찌 서공과 비교할 수 있나요? 당신이 훨씬 잘 생겼지요."
부인의 말을 들은 추기는 속으로 몹시 기뻤지만 누군가에게 또 한번 확인받고 싶었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애첩에게 물었다.
"나와 서공 중에 누가 더 잘 생긴 것 같소?"
그러자 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거야 물론 서방님이죠. 서공이 제아무리 잘생겼다 할지라도 서방님과 비할 바는 못 됩니다."
추기는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았다.
다음날 손님이 찾아왔다. 담소를 나누던 중 추기가 손님에게 물었다.
"솔직하게 말해주길 바라네. 나와 북문에 사는 서공 중 누가 더 잘 생겼다고 생각하오?"
뜻밖의 질문을 받은 손님은 넘기던 술을 도로 뱉으며 당황하더니 대답했다.
"서공이 어찌 당신을 따를 수 있겠소." 역시 같은 대답이었다.
며칠이 흘러 북문의 서공이 공교롭게도 추기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서공을 처음 본 추기는 흠칫 놀라 그만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천하에 이렇게 잘 생긴 사람이 있다니…" 추기는 제나라 미남 서공을 만난 후 서공이 자신보다 훨씬 잘났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그날 밤 추기는 잠자리에 누워 아내와 애첩, 그리고 손님 모두가 내가 더 미남이라고 치켜세운 까닭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했다.
"내가 더 잘생겼다고 말한 아내는 나를 편애해서였고 애첩이 나를 잘생겼다고 말한 것은 나를 두려워해서이다. 또 손님은 내게 청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찌 진실을 들을 수 있단 말인가?"
날이 밝자 추기는 서둘러 궁으로 들어갔다. 그는 제나라 위왕을 만나 뵙고 깨달은 바를 들려주었다. 제위왕은 머리를 끄덕이며 추기의 말에 찬동하였다.
추기는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궁궐 안팎에는 왕의 환심을 사려 하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조정의 신하치고 왕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으며 백성들도 왕의 은혜를 받으려 합니다. 그러니 왕이 실수를 저질러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오니 신하와 백성들이 과감하게 왕의 잘못을 말할 수 있도록 아량을 베풀어야 합니다. 그래야 나라가 바로 서고 백성들이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제위왕은 추기의 말을 듣고 느끼는 바가 있어 즉시 명령을 내렸다.
"오늘부터 조정의 대신, 지방의 관사, 평민 백성을 막론하고 나의 과오를 내 앞에서 직언하는 자에게는 큰 상을 주겠노라. 상서로서 간하는 자와 저잣거리에서 내 욕을 하는 자에게도 상을 주겠다."
왕명이 내려지자 왕에게 간언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궁궐 문앞과 뜰은 시장마냥 들끓었다. 이를 일컬어 문정약시라고 하였다. 상소도 쇄도했으며 길거리에는 삼삼오오 모여 왕의 흉을 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제위왕은 이를 모두 받아들였다. 몇 개월이 지났다. 상소문은 현저히 줄었고 간언하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뜸해졌다. 1년이 지나자 간언의 소리가 끊겼다. 제나라의 국위는 크게 선양되었고 각국에서는 제나라를 본받기 위해 사신을 보내왔다.
문정약시란 "문앞에 사람이 많아 시장을 방불케한다"는 말로서 오가는 손님이 그칠 새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자주 사용되는 사자성어 "문전성시(門前成市)"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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