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망 베이징 2월 17일] 취임 1달도 채 안 돼 도널드 트럼프의 뒤뜰에서 불이 났다. 한 통의 전화로 인해 마이클 플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취임 24일만에 초스피드로 낙마했다.
하지만 사태는 그의 사임으로 잠잠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외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러시아와의 끊이지 않는 친밀한 관계에 대해 재차 의혹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백악관이 ‘궁중암투극’을 상연하고 있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전면 부인’에서 ‘초스피드 사임’…마이클 플린 전 보좌관은 대체 뭘 했나?
2017년2월10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마이클 플린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신화사/로이터
진상을 가장 먼저 폭로한 것은 워싱턴포스트(WP)다. 워싱턴포스트는 1월 중순에 마이클 플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작년 12월28일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대사와 전화 통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이었기에 플린도 국가안보 보좌관 취임 전이었다. 미국 ‘로건법’(Logan Act) 규정에는 ‘인가’를 받지 않은 미국 국민이 외국 정부와 협상을 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플린이 국가안보 보좌관직을 계속하는 것에 대한 합법성이 의혹을 받았다.
공교로운 것은 통화 후 다음 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가 인터넷 해킹을 통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플린은 제재 하루 전날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와의 통화에서 대체 무슨 말을 했을까? 통화 내용이 곧 진행될 제재와 관계가 있었을까?
처음에 플린 전 보좌관은 한사코 부인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 동료들은 플린 전 보좌관을 두둔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9일 9명의 미국 전∙현직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플린 전 보좌관이 작년 12월의 통화에서 제재를 논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이 대러 제재를 중단할 것임을 암시했다고 보도했다.
4일 후, 플린 전 보좌관은 백악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사직서에서 정부 인수인계를 순조롭게 하기 위해서 자신이 여러 명의 외국 장관, 대사 등과 전화를 했다고 시인하고, 주미 러시아대사와의 전화에 대해 부주의하게 ‘불완전한 정보’를 펜스 부통령과 다른 사람들에게 보고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밝혔다. 이런 입장 표명도 미국 언론이 지목한 플린 전 보좌관이 펜스 부통령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입증한다.
하지만 플린 전 보좌관의 사임도 불을 끄지 못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 의원 여럿은 14일 의회에 플린 전 보좌관과 주미 러시아대사의 전화 사건에 관한 개입 조사와 플린 본인의 청문회 출석을 요구했다. 공화당 의원들도 플린 전 보좌관을 위해 반박하기가 난처하다. 공화당 소속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러시아 정부와 무슨 얘길 어떻게 했는지 의회 및 미국인들은 반드시 사실을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도 거짓말? ‘러시아 커넥션’ 스캔들 일파만파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몇 주 전에 플린 사건을 알았고, 펜스 부통령은 몇 일 전에 알게 됐다고 보도했다.
CNN의 다른 보도에서는 익명의 미국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과 그의 측근들이 대선 기간 및 정부 과도기에 러시아 정보국 고위 관계자들과 연락이 잦았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또 두 명의 법집행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 조사원들은 러시아 관리들이 트럼프에게로 바로 통하는 통로가 있다고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줄곧 미∙러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커넥션’ 사건은 트럼프로 하여금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은 생각한 것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게 한 듯 하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연방위원회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는 어쩔 수 없이 플린을 사직시키는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고 미국이 러시아를 두려워하는 정서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관계는 매우 민감해 보인다. 확실한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모든 러시아 관련된 정책 의회 질의를 받을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순식간에 결렬될 가능성까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러 관계를 회복하려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안개속 정국...백악관 ‘암투극’ 상연?
댜오다밍(刁大明) 중국 사회과학원 미국문제 전문가는 플린 전 보좌관의 극적 사직은 트럼프 행정부에 존재하는 두 가지 문제, 즉 너무 경솔하게 행정부를 꾸렸다는 것과 ‘내부 암투’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플린 전 보좌관 개인의 명의로 외교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금기사항을 위반하는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나치게 충성도를 중시해 적임자 인선의 정치경험과 전략적 시야, 직업 수칙 등을 등한시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언론은 트럼프 캠프는 크게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을 위시한 ‘공화당 주류파’, 트럼프의 딸 이반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위시한 ‘가족구성원파’,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고문을 위시한 ‘급진보수파’로 나뉜다고 밝힌 바 있다.
플린 전 보좌관은 일부 미국 언론에서 ‘급진보수파’ 중의 일원으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플린 사건은 ‘공화당 주류파’와 ‘가족구성원파’가 연대해 ‘급진보수파’를 누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면서 ‘공화당 주류파’와 ‘가족구성원파’의 영향력이 필연적으로 확대되면 “트럼프의 내정 관련 외교 정책 경향이 공화당 전통 기조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댜오다밍은 지적했다.
백악관의 복잡한 상황에 대해 CNN은 “백악관은 지금 궁중암투 같은 드라마를 상연하고 있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처럼 트럼프 측근들은 자신의 권력과 입지를 위해 싸우고 있다. 그가 과거에 사업할 때 쓰던 부하 직원을 경쟁시키는 방식을 백악관에 가지고 들어온 것이 현재 백악관에 혼란한 사태를 일으킨 주원인”이라고 묘사했다.
원문 출처: 신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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