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망 도쿄 7월 15일] (선훙후이(沈宏輝) 기자) 일본과 한국 양국 정부가 12일 양국 간의 무역갈등과 관련해 도쿄에서 실무급 협상을 가졌지만 다음 협상 시기도 정하지 못한 채 유쾌하지 않은 기분으로 헤어졌다.
이번 협상에서 양측의 태도 및 양국의 여론 반응으로 볼 때 일본 측은 무역갈등 중 강경한 태도로 공세에 있는 반면 한국 측은 수세에 몰린 모양새로 카드가 많지 않다고 애널리스트는 분석했다. 이번 무역갈등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적되는 역사 문제에서 양측이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양국 관계를 단기간 내에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실무회의, 성과 없이 종료
일본 정부는 4일부터 한국에 수출하는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의 반도체 산업 원자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절차 간소화 우대국 목록인 무역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이달 1일 선언했다. 12일 열린 실무회의는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 이후 양국 정부의 경제 산업 부처 과장급 실무자들이 참석한 첫 직접 접촉이었다.
한국 측은 7월24일 전에 양자 협상을 다시 열길 제의했지만 일본 측은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국 측 관료는 말했다.
이번 협상이 일본 경제산업성 별관의 허름한 방에서 열린 점이 눈길을 끈다. 보도에 의하면 회의장 내 화이트보드에는 ‘수출관리에 관한 사무 설명회’가 프린트 된 종이가 걸려 있고, 구석에는 테이블과 의자들이 쌓여 있었다. 이외에 정장 차림을 한 한국 관료들과 달리 일본 대표는 흰색 셔츠 차림에 넥타이조차 하지 않았다.
양측의 반응으로 볼 때 한국 측은 일본 측과의 협상을 통해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하길 바라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 측은 소극적이고, 수출 규제를 해제할 의사가 없어 협상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날 것임은 필연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의 셈법
일본 정부가 1일 수출 규제 조치를 선언한 후, 그리고 또 이번 협상에서 이를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가 아닌 한국에 취하는 대항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은 그의 진짜 속내를 드러냈다. 아베 신조 총리는 3일 열린 토론회에서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를 예로 들어 상대방 국가가 약정을 준수하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 우대국(화이트국가) 조치를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외에도 아베 정부가 이 시기에 한국에 대해 강경한 조치를 선언한 것은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7월21일 일본 국회 참의원 선거가 열린다. 아베 총리가 선거를 앞두고 한국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한국에 불만을 가진 보수 그룹을 달래기 위한 속셈이고, 이는 아베 총리가 진두지휘하는 자민당의 기본 셈법과도 맞아 떨어진다.
아베 정부가 선택한 대한국 수출규제 품목 3가지가 모두 한국의 대일본 의존도가 높은 제품들인데다 한국의 주요산업인 반도체 산업에 직격탄이 된다는 점에서 이런 선택은 한국을 고통스럽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고, 이번 협상에 임한 일본의 태도로 볼 때 아베 정부는 아직 손을 뗄 생각이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결하기 힘든 갈등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선언한 후 한국 정부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한국은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화물무역이사회 회의에서 일본의 방법을 비난하고 WTO에 기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당국자들도 WTO 소송이 복잡하고 시일이 많이 걸리고 양호한 효과를 얻기 힘들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이 개입해 조정해주길 기대하고 있지만 미국 측의 태도는 적극적이지 않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관계위원회 일본 문제 전문가 Sheila Smith는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은 일한 관계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일한 관계 개선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일한간 갈등의 뇌관이 된 것은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 외에도 ‘위안부’ 문제 등 다른 문제도 있다. 이런 문제는 일본의 침략 역사와 관계가 깊다. 일각에서는 한국 문재인 정부는 좌파 정부로 역사 문제에서 줄곧 일본에 대한 태도가 단호했고, 아베 정부는 역사의 짐을 철저히 터는 것을 강구해 왔으므로 양측이 역사 문제에서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양국 관계를 단기간 내에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문 출처:신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