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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치웨와 안성”, 심쿵 멜로 불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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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신화망 | 2016-09-29 13:36:15  | 편집 :  리상화

  

  수많은 80후 감성소녀들의 베갯머리를 적셨던 소설 "치웨와 안성(七月與安生, 원작자 칭싼'慶山')“을 중국영화사가 영화로 각색한 동명영화가 지난 9월 14일 중국에서 정식 개봉했다. 영화를 15년만에 스크린에서 부활시킨 감독은 중국 홍콩의 유망주 정궈샹(曾國祥) 감독이다. 이 영화는 안성(저우둥위(周冬雨) 분), 치웨이 (마스춘(馬思純) 분), 쑤쟈밍(리청빈(李程彬) 분) 등 화려한 라인업은 지기(知己)사이에 한 남자를 사이두고 벌어지는 애증을 절묘하게 그려냈다.

   중학교에서 우연히 만나 숙명의 단짝이 된 치웨와 안성. 온실속 화초로 곱게 자란 치웨가 다정다감한 아이라면, 사랑에 굶주린 안성은 야생마같은 아이다. 발톱을 숨기고 얌전한척 하지 않아도 예쁘기만 한 나이, 둘은 "그림자가 밟힌 사람과는 평생을 함께한다"는 속설을 되새기며 서로에게 약속한다. 평생의 소울메이트가 될거라고.

   그러던 어느날, 치웨는 안성에게 좋아하는 남학생(쑤쟈밍)이 생겼다며 쑥쓰러운 표정을 짓는다.그러나 치웨는 지란지교를 꿈꾸는 안성에게도 공유하지 말았어야할 뭔가가 있음을 뒤늦게서야 깨닫는다. 기차역에서 눈물로 안성을 바래던 치웨는 그의 목에 걸려있던 쑤쟈밍의 목걸이에 절망한다. 당연하게 누리던 우정과 사랑, 믿어 의심치 않던 현실을 기어코 다르게 보게 만든 순간이었다. 치웨의 흔들리는 동공에서 향후 지리멸렬하게 전개될 스토리가 어렴풋이 느껴졌다.

   영화는 그들의 지고지순했던 우정을 설득력있게 풀어냈다. 서로의 집에서 밥을 먹거나, 기어이 사고를 저질러 땡땡이를 치거나,갓 발육된 가슴을 드러내며 깔깔대던 치웨와 안성. 두개의 서로 다른 천조각이 조화롭게 봉합되는 모습을 보며, 관중으로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은 "동질감"이었다. “니가 있는 곳은 곧 내 집이야.” “난 나중에 부자가 될꺼라구.” 어쩌면 촌스럽게 여겨지던 안성의 대사는 십대시절의 내 모습과 오버랩되었고 실감이 집채만한 파도로 밀려왔다.

   "치웨와 안성"의 이야기는 빠른 호흡으로 전개되었다. 타향에서 떠돌이삶을 보내는 안성은 고향의 치웨와 끊임없이 편지를 주고받는다. 안성의 편지는 늘 그렇듯 “쟈밍에게 내 안부를 전해줘”라는 말로 끝난다. 그 한마디가 둘사이를 얼마나 위태롭게 만들지 모른채...

   그러나 안성이 얄밉지 않았던 것은 그녀의 고달픈 삶 때문이었다. 그녀를 욕하고싶은 마음앞에 앞서 과연 그렇게 태어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아픔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밀려와 머리가 아팠다. 화려한 불빛아래서 용감하게 고백했던 남자를 따라간 곳은 해빛 한줌 들어오지 않는 누추한 단칸방이었고, 연기에 저세상으로 가버릴번한 목숨을 구해줬더니 웬걸, 남자는 집앞에서 바람피는 꼴로 보답했다. 동아줄인가 하여 붙잡아보는 것들이 온통 손아귀에서 미끄러져 빠져가는, 안성에게 삶이란 그런 것이었다. 이런 시궁창에서도 안성은 살아남았지만, 대신 그토록 그리워했던 치웨와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끝끝내는 서로의 가슴을 난도질한채 돌아서고도 안성은 알지 못한다. 치웨에게 사랑이란 얼마나 아슬아슬한 것이었는지를.

   그렇게 둘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연락이 닿지않는 남자친구를 찾아 베이징(北京)까지 찾아간 날. 고주망태로 쑤쟈밍에게 기대어있는 안성을 보며 치웨는 그 뻔뻔함에 분노한다. 적나라하고 이기적인 말을 여태 가슴속에만 꾸역꾸역 집어넣던 치웨, 그가 폭발하는 모습에서 나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집안에 어지럽게 흩어진 화장품과 제멋대로 걸려있던 속옷은 둘 사이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기에 족했다.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이것이 단순한 멜로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 이유는 두 주인공의 가족사와 저마끔의 성격, 진실을 알고서도 사랑을 지키려 침묵할 수밖에 없던 치웨의 살깎는 고통, 처절한 외로움속에서도 끝끝내 생존해낸 안성의 잡초같은 삶이 우리 인생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보였기 때문이다. 사랑과 우정을 모두 잃고서야 고향을 떠난 치웨, 그가 안성의 발자취를 찾아 헤매는 모습에서 일종의 판타지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눈물이 났던 것은, 부대끼는 삶속에서 번질 수밖에 없던 냉소주의에 대한 공감이랄까, 연민이랄까. 종당에는 화해할 수밖에 없던 치웨와 안성에게서 삶이란 돌고도는 것임을 배웠기때문이랄까.

   또한 높이 평가할만한 두 주인공의 열연도 큰 몫을 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처럼 우리들의 청춘은 늘 방황한다. 그런 것이 나이듦이고 평생을 "첫 마음"으로 살 수 없다는걸 알지만, 그것과 별개로 "소중한 것"의 존재는 늘 원래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영화는 귀띔해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치웨와 안성”은 흘러버린 청춘을 되새기고 사랑과 우정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참 괜찮은 영화였다.

   난해한 것이 고상한 것이고, 완곡함이 솔직함보다 멋져보이는 세상에서 “감성”이 고픈 사람이라면 “치웨와 안성”은 십분 볼만한 영화다. 아닌척해도 우리는 다들 “사랑꾼”이고 “우정꾼”이지 않았던가. 물론, 감정을 고조시켜놓고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감독때문에 무척이나 슬픈 해피앤딩이었지만 말이다. (글/ 렴청화)

원문 출처: 신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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