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망 베이징 1월9일] 겨울이 깊어지며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때, 패딩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 중 하나다. 하지만 중국 패딩 의류의 절반 이상이 그다지 춥지 않은 도시인 저장(浙江)성 핑후(平湖)시에서 생산되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구 70만 명의 소도시 핑후에서는 연간 1억5천만 벌 이상의 패딩 의류를 생산하고 연매출 약 300억 위안(약 5조5천455억원)을 올리며 의류업계의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핑후·중국 패션타운 조감도. (취재원 제공)
◇패딩 의류를 중심으로 한 특색 산업 클러스터
매년 겨울, 저장성 항저우(杭州)시의 한 의류 시장에서 20년 동안 일해 온 쉬(徐)는 매주 1시간30분씩 차를 몰아 자싱(嘉興) 핑후시를 찾아 물건을 쓸어 온다. 이곳에서는 쉬가 원하는 스타일의 패딩 의류를 백화점 판매가보다 훨씬 낮은 도매가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핑후는 오로지 패딩 한 상품으로 전국 각지의 많은 바이어를 불러 모으고 있다. 이곳에 있는 2천여 개 패딩 의류 업체는 대부분 자체 연구개발 생산라인을 가지고 있다. 성수기에 핑후시장에서 출하되는 패딩 점퍼만 하루 120만 벌이 넘는다.
1980년대 자싱 핑후시는 상하이와 항저우에 인접하다는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최초의 의류 가공 공장을 설립, 점차 의류 클러스터를 형성해 나갔다. 그사이 국내외 브랜드가 급성장하면서 시장이 커졌고 핑후의 의류 주문량 역시 폭주했다.
20년간의 발전을 거치며 핑후는 세계 주요 의류 공급처로 떠올랐다.
하지만 빠른 발전의 이면에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국제 외부 환경 변화 ▷인건비 증가 ▷의류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의 요인으로 핑후 의류 회사의 주문량이 급격히 줄게 됐다. 그러다 2014년 패션타운 매장의 패딩 의류가 큰 인기를 끌게 되면서 핑후 의류 시장에 숨통이 트였다. 업체들은 바이어들이 다른 의류보다 패딩 의류를 선호하고 패딩 의류의 가성비가 좋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현지 정부·자본 등의 지원에 힘입어 핑후에 있는 수천 개의 생산업체는 생산라인을 통합했다. 그간 축적해 놓은 기술 및 판매 루트의 이점을 살려 부가가치가 비교적 높은 패딩 의류를 중심으로 한 특색 산업 클러스터 구축에 나섰다.
그 결과 오늘날 핑후는 중국에서 단일 아이템으로는 가장 큰 패딩 의류 전문시장을 보유하게 됐다. 중국 패딩의 50%가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세계 100대 전문시장 대열에 진입하게 됐다. 주문량이 해마다 증가하면서 매년 전문시장의 물류비용만 10억 위안(1천848억8천만원)이 넘는다.
◇디자인과 독창성으로 무장
고객과 10년 넘게 거래해 온 핑후 기업가 장하오란(張浩然)은 일찍이 '디자인'과 '독창성'의 중요성을 파악했다. 그는 "기존 마케팅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핑후 패딩 의류 업체가 점차 디자인과 브랜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OEM 생산으로는 패딩 한 벌에 최대 20위안(3천698원)밖에 벌지 못하는데 지금은 인건비가 올라 오히려 손해"라며 "자체 브랜드의 독창적인 패딩 의류를 만들면 한 벌에 80~100위안(1만4천~1만8천원)은 벌 수 있어 이윤이 몇 배나 뛴다"고 강조했다.
핑후 패딩 의류 생산업체는 반드시 자체 브랜드와 독창적인 디자인 제조 기지를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다. 그에 맞는 포지셔닝으로 핑후 패딩 시장에는 매년 수만 개의 '신상'이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독창성을 갖춘 현지 브랜드들은 서서히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몇 년 전 자싱 출신 추자웨이(邱佳偉)가 자체 제작한 'Orolay' 패딩 상품이 아마존 의류 부문 베스트셀러에 등극했고 여성 패딩 판매 1위에 오르며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부담 없는 가격과 보온성을 강조한 추자웨이 제품의 미국 판매량은 연평균 300~400%씩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11일 모델들이 '2023 S/S 중국국제패션위크'에서 진행된 'BUONO PLUS·장자(姜佳)' 패션쇼에서 디자이너 장자가 디자인한 패딩 시리즈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핑후 패딩 산업의 인기 유지 비결
우쉐취안(吳學全) 핑후·중국 패션타운 부사장은 "최근 수년간 의류 업계의 성장이 현저하게 둔화했지만, 1급 도매 시장이자 패딩 공급 기지로서 핑후 패션타운은 전반적인 업계 발전의 추세를 통제하고 있다"며 "날씨가 추워지면서 이달에도 판매가 '절정'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 사장은 핑후 패딩 의류 산업이 인기를 유지할 수 있던 비결로 우선 현지 가공제조업의 강점을 꼽았다. 이어 최근 몇 년간 핑후 기업이 꾸준히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동시에 중국 내 전자상거래 성장의 훈풍을 타고 인터넷으로 판매루트를 옮겼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제 핑후 의류 매장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사장이 아닌 패션모델들이다. 끊임없는 외침 속에 모델들이 빠르게 옷을 갈아입으며 시즌 신상을 선보이고 있다. 오프라인 중개업체, 전자상거래 판매자 등 공급업체 직원들은 모두 이곳에서 상품을 고르고 주문한다.
패딩의 판매 성수기는 12월이지만 보통 몇 달 전부터 생산에 들어가지 않으면 전자상거래에서 폭주하는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다. 이에 첸창(錢強) 자싱 촹위(創羽) 패딩 의류회사 책임자는 "이를 뒷받침할 거대한 공급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첸 책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존 오프라인 판매 채널과 시장은 외국 브랜드가 장악·독점하고 있다"며 "선진국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를 홍보하는 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소량 생산, 빠른 세대교체 등 대형 브랜드가 취약한 부분이 핑후 현지 신흥 패딩 의류 기업의 경쟁우위가 됐다고 강조했다.
원문 출처:신화통신 한국어 뉴스 서비스